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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스토리#1] 내가 첫회사로 시행사를 선택한 이유

디벨로퍼임 2022. 8. 1. 18:26

학부 전공은 국제학, 

석사 전공은 도시계획, 

그리고 26살이 되던 해 첫 직장으로 입사하게 된 부동산개발회사인 시행사. 

 

돌고 돌아 온만큼 간혹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다. 

 

"어떻게 하다가 시행사를 가게 된 거에요?"

아니면 거꾸로, 

"건축 전공이신가요? 뭘 전공했어요?"

 

처음부터 부동산 개발이라는 커리어를 꿈꾼 것도, 관련 전공자도 아니지만,

흔히들 말하는 Connecting the Dots이었다.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나름의 치열한 고민을 했고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이 2가지 끈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다보니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1 Connection: 모두에게 살기 좋은 도시가 필요하다] 

 

"지속개발협력학"이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의 융합전공을 학부에서 공부하면서 

국제기구에 들어가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요즘 크게 각광받고 있는 ESG와도 밀접한,

UN에서 내세운 SDGs라는 의제 아래 환경, 경제, 국제정치 등 다양한 주제를 배울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건 당연 "도시"였다. 

2000년대 들어 수많은 개발도상국들이 급속한 도시화를 겪고 있었고, 

이들에게 오랜 세월에 걸쳐 도시문화가 만들어진 선진국의 도시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순 없었다.

그럼에도 선진국 혹은 타 국가의 도시화 과정에서의 실패와 성공 사례를 들고

이제 막 태동하는 도시에 도사리는 다양한 문제들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 도시가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지속가능한 안식처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그 국가의 경제를 견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도시'라는 하나의 주제로 전문성을 좁혀가보고자

도시계획을 배울 수 있는 대학원을 선택했다.  

 

[#2 Connection: 도시를 만들어 내는 주체가 누구인가] 

 

솔직히, 처음 대학원을 입학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나는 도시를 '누가'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2019년 당시엔 '도시재생'이라는 주제가 큰 화두였다.

각 지자체마다 다양한 정책, 공모사업을 통해 상권이 부흥하고 난 후 필연적으로 발생하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문화를 보존하며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때문에 나에게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며 한 국가의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도시는

공공이 터를 닦고, 방향을 제시하며, 큰 그림을 그려 나가는 주체라고 생각했다. 

물론 강자가 아닌 약자의 입장에서, 거시적 그리고 장기적으로 도시의 미래를 계획하는 관점에서 공공은 핵심적 역할을 한다. 다만, 이러한 생각의 틀이 깨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대학원  첫학기 때 들었던 '토지이용계획'이라는 수업이 있었다.

해당 수업의 기말프로젝트는 토지이용계획이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자유롭게 연구 및 발표를 하는 것이었다. 

같이 팀을 이루었던 동기 언니가 수년째 켐코에서 매각하려고 하지만 번번히 유찰되고 있는 '정보사부지'라는 땅을 주제로 제시해 줬고, 때문에 국방부, 서울시, 서초구 등 관련 이해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문제점을 알게 됐다. 이에 우리 팀은 '정보사부지'의 지구단위계획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토지이용계획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다만, 최종 발표를 앞두고 일주일 남짓 남았을 시점에 뉴스 속보로 MDM이라는 시행사가 정보사부지를 1조에 매입하였다는  기사가 발표됐다. MDM이 이지스자산운용, 신한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단독입찰로 해당 부지를 낙찰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땅이 매각이 된 바람에 우리 팀은 부랴부랴 발표 내용을 수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론 임기응변 끝에 간신히 A+로 학기를 마무리 하긴 했지만,

5만평에 준하는 미니신도시급 개발사업을, 그것도 민간 개발회사가 부지를 매입하여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만들어 개발한다는 것은 나에게 꽤나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처음 들어본 회사 이름들, 그 중에 주축이 된 시행사라는 곳은 도대체 무얼 하는 회사이길래 저렇게 큰 돈으로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던 건지. 어떤 계획으로 7번이나 유찰되어 온 땅을 가지고 사업성 분석을 하여 이곳에서 만들어갈 본인들이 꿈꾸는 도시가 성공할 수 있다고 베팅한 것인지. 

 

[#3 Connection: 디벨로퍼, 꿈이 아닌 현실에 도시를 디자인하는 종합예술가] 

 

부동산개발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자 학교 밖에서 다양한 경로를 찾아 공부해보고자 했다.

 

국토도시계획학회에서 매년 진행하는 부동산여름학교부터 교내 부동산학회까지 

다양한 강연자들을 만나고, 업계에서 가지각색의 진로를 꿈꾸는 친구들을 만났다.  

부동산개발과 금융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시공사, 시행사, 신탁사, 운용사, 증권사 등등 

업계 내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내가 매일 같이 돌아다니며 바라보고 있는 도시 이면에,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그들이 꿈꾸는 도시를

'현실 가능한 범주 안에서' 치열하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도시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답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는 몰라서 헤매던 나에게던져진 그 일련의 경험은

해묵은 답답함을 속시원하게 뚫어준 해답과도 같았다.

 

그 중에서도 시행사를 택한 건 

부동산개발의 복잡한 내러티브와 긴 호흡에

가장 중심점은 시행사, 즉 디벨로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막 부동산개발 커리어에 진입하려고 결심하고 준비하려고 할 때, 

때마침 시행사 중 가장 마음에 두고 있었던 회사가 신입채용을 하고 있었고

부동산개발 분야는 여성인력이 거의 없는 기업문화라고 들었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지원을 한 것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후회없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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